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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싶다면 욕심부터 버리자"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온건강' 전문가 이달희 씨

기사입력 2010-01-30 오전 5:41:59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각종 통증과 질환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온건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자신 뿐 아니라 타인과 사회와 환경 치유에도 직접 뛰어든 이달희 씨도 첫 시작은 '인간으로서의 삶의 고통'이었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청춘을 보내고 다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들어가 자아초월상담을 전공한 그는 "나를 돌아보려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스트레스를 통제하고 치유하는 일이다. 마음에서 시작된 병이 몸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이 둘 다 건강하게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시민단체 한국건강연대 사무총장이면서 시민대안교육아카데미 온건강대학교 교학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달희 씨를 만나 그냥 건강하게가 아니라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나 혼자 노력해도 공동체에서 문제 생기면 건강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온건강'이라는 것은 낯선 개념이다. 어떤 의미의 단어인지 설명을 해달라.

이달희 : 우리 말 '온'이라는 것은 전체를 뜻하는 접두사이다. 온세상, 온누리, 온통, 최근에는 온생명이란 말까지 나왔다. 온건강이란 개인의 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음과 정신, 영적인 측면의 연계성, 그러니까 조화와 균형을 위한 상호작용, 상관관계를 말한다. 또 개개인을 넘어 확장된 개념의 자기를 뜻하기도 한다. 인간은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문제가 생기면 혼자 아무리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

프레시안 : 쉽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개념인 것 같다.

이달희 : 동양에서는 마음과 몸, 사람과 자연을 나누어 보지 않았던 자연주의 사상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말하는 '심신상관',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우아일체',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사는 삶을 말하는 '무위자연' 등등의 말들이 그런 맥락이다. 마음과 몸을 분리하던 서양에서도 그러한 연계성이 개체의 발달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최근부터 '홀리스틱(holistic)', 즉 전일적인, 전체적이란 말을 보건건강의료시스템인 의학계와 함께 교육계에서도 쓰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을 조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온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이달희 : 내가 잡지 만드는 일을 17년을 했다. 1983년 기자로 시작해서 편집국장을 맡아 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회사에서 잡지사업부문을 없애게 됐다. 총 17년 동안 편집장만 9년을 했고, 내가 창간한 잡지만 7개다. 1-2년 마다 하나씩 잡지를 새로 창간한 셈이다. 일종의 '신 잡지 제조자'였다. 

평생의 내 일이라 생각하고 청춘을 바친 잡지를 그만두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뽑은 기자들을 보직전환 시키고 구조조정하면서 마음이 많이 다친 것이다. 그때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됐다. 건강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요소 가운데 정신이 가장 상위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정신과 마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었는데,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심리상담도 공부했다. 무엇보다 내가 많이 상처 받았던 만큼 처음에는 나를 돌아보고 내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치유의 돌봄을 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프레시안 : 공부를 하면서 본인도 치유를 받았나?

이달희 : 물론이다. 내 무의식 속의 상처를 밖으로 끄집어내 언어로 구조화하면서 명확히 본질을 알게 되었고, 다른 이들의 아픔을 나를 통해 바라보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수용하면서 나와 내담자가 함께 치유되었다. 

"현대사회의 분리 사고, 총체적 삶의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프레시안: 잡지편집자의 역할을 그만두고 옮긴 정신세계원에서는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이달희 : 우리나라의 유일한 뉴에이지센터와도 같은 곳이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적인 건강과 치유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 했다. 경제적으로는 잡지 일 할 때와 비교가 안 됐지만, 그때 참 행복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여러가지 방편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신체와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치유와 상담에 대해서도 깊이 체험하고 공부했다. 마인드 컨트롤을 비롯한 여러 부문의 건강법을 가르치는 교육자로도 나섰다. '온건강'이라는 개념은 그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마음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몸의 문제를 소흘히 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 가운데 몸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마음을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깊이 호흡하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얘기한들 소용이 없었다.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통합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 꼭 현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분리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사람과 자연도 분리할 수 없다. 정신과 몸도 그렇다. 그런데 서구화, 객관화, 과학화라는 명목 아래 모든 것을 다 분리시켜 버렸다. 정신과 몸을 인간이 분리해서 사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분리 사고가 총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 : 본인의 이름을 걸고 신체심리치료센터도 개설했던 것으로 안다.

이달희 : 내 센터는 몸과 마음의 이완과 소통을 결합한 통합적인 근원치유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전에는 정신세계원에서 마인드투어라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해진 공간에서 교육을 하는 시스템을 탈피해보고 싶었다. 전국을 수련장으로 생각하고 다녔다.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명상하기 좋은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교육이라고 하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만, 전인적 교육을 하는데는 확장된 개념의 교육이 적합하다.

내가 운영하던 신체심리치료센터에서 가장 많이 치유한 케이스도 화병과 같이 마음에서 비롯된 몸의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문화사회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증후군이 바로 '화병'이다. 마음의 병이 몸으로 드러나는, 전문용어로는 '신체화경향성'이고 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이 많은데, 보수적인 유교 사회에서 갑자기 서구적인 현대사회로 바뀌면서 여성의 표현과 소통에서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 병은 일반 병원에서는 측정이 안 된다. 아픈 곳이 있는데 원인과 고통을 풀어줄 방법을 모른다 하니 더 괴로운 것이다.

화병은 그냥 쉬어라, 약 먹어라,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라, 이런 말만으로는 안 된다. 몸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찾아서 언어로 구조화하면서 스스로 알아차리고 풀어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랑이 담긴 돌봄의 손길로 다독이면서 안도하게 하고 세상에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열린 마음의 누군가가 기댈 언덕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언어와 신체 접근의 방법을 다 동원하는, 논리적으로 시작해 본질로 접근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과 신체적인 것에서 시작해 근본으로 가는 '버텀-업(bottom-up)'을 다 사용했다.

"욕심을 낮춰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이 온건강의 시작"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통합적인 근원치유를 할 수 있다는 얘긴지 설명해달라.

이달희 : 통합적인 치유에 대한 여러가지 접근이 있다. 나의 현재 문제는 시간과 공간의 연장선 위에서 어떠한 관계의 인과관계와 나의 인지적인 해석, 그러니까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 내가 가슴이 답답하고 난폭해지고, 화가 나는 것은 신체로 드러나는 정서적 반응이며 표현이다. 그런 몸과 마음의 불균형, 부조화의 상태에선 어떠한 사건이든 있는 그대로 수용되지 않게 마련이다. 하지만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신체의 긴장을 풀면 자기가 상처 받은 이유, 핵심정서가 무의식의 방에서 의식의 방으로 떠오른다. 내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느슨해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본인 스스로 억압하고 왜곡시켜 직접 바라보지 못했던 사건, 생각, 핵심정서를 내가 직접 바라보게 된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되고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문과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은 온건강대학에서 이런 통합건강의 길라잡이 역할을 교육시스템으로 만들어 치료사도 양성하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온건강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이달희 : 욕심의 수준을 낮추는 삶이다. 인간으로서의 성공이 꼭 많은 돈, 커다란 집, 맛있는 음식으로 표현되는 풍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극복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중심의 이기적인 삶이 다른 이들에겐 고통을 주고,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면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고도성장과 지나친 소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해보아야 할 때다. 이런 때에 느리게 살며 거칠게 먹고 욕심의 수준을 낮추고 불편과 친해지는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 온건강의 시작이다. 슬로우 라이프가 아니라 백워드(backward)라이프가 우리 모두 온전하게 지속적인 건강을 누리게 만들 온건강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프레시안 : 얘기 감사하다.

▲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 온건강의 시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